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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을 하고 싶지만 나는 프로그램도 짤 줄 모르고 그래픽 기술도 없다. 그러니 '기획이나 해볼까~' 하는 게임 기획자 지망생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기획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편에서는 기획의 정의부터 기획자의 자질과 기획의 중요성을 비롯, 직접 하나의 게임에서 기획이 끝나는 과정을 소개, 기획자가 되는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려 하였다.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서 '앗. 이런 게임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지금 당장 게임 기획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에게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더불어 이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형상화시킬 수 있는 민첩한 행동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손노리의 이원술 사장의 말을 빌자면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을 것 같은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생각하더라도 바로 그 순간 이 지구에 최소한 10명은 당신과 똑같은 바로 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원술 사장이 말하는 의도는 게임에서, 혹은 기획에서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그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과정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하는 것이다.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우선 기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게임에서 기획(企劃)이란 작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원어 그대로 해석하듯 '일을 도모하고 획을 긋는 일'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작은 의미에서의 기획자는 아이디어 구상 끝에 이러저러하게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이러저러하게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여 하나의 초안을 잡고 게임의 커다란 뼈대를 만들어 직접 제작을 하는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다지이너 들에게 이러한 분위기의 게임을 제작하자고 지시를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큰 의미에서 게임의 기획자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서 게임 제작의 진행을 진두지휘하되 자신이 만들어놓은 게임 속 세계를 창조해 나가기 위해 팀원 들의 작업 스케줄 일정을 체계적으로 짜고 진행과정을 단계별로 체크하고 나아가서는 게임의 개발 완료뿐만 아니라 개발완료후 이루어지는 유통사와의 계약과 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책임을 지는 총괄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하부터 편의상 작은 의미에서의 기획을 A라고 하고 큰 의미에서의 기획을 B라고 쓰도록 하겠다.

 

기획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비유는 집을 짓는 작업과 빗대는 것이다. 우선 기획자는 나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는 집의 모양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고 생각이 정리되면 우선 그 집의 중심이 되는 4개의 커다란 기둥을 세우게 된다. 그 다음 벽을 쌓아올리고 지붕을 덮는다. 이때 물론 이 건물이 1층 구조를 할 것인가 2층 건물을 만들 것인가 이 건물에 지하층을 둘 것인가 아닌가 마당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과 같은 건물의 쓰임새와 특성에서 뼈대가 되는 큰 일을 결정해야 한다.

 

이런 틀을 결정하고 나면 이제 건물 내부 작업으로 된다. 방과 마루, 부엌과 화장실 등 집안 구조를 정하고 동선거리를 인식한 상태에서 각방의 크기와 위치를 결정한 다음 배치하는 등 용도에 따른 지형배분을 하였다면 이제 좀더 구체적으로 전기, 수도, 난방 등 각 내부 시설에 맞는 부대설비들을 배열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좀더 세세한, 가령 예를 들면 창문의 위치라던가 수도의 위치, 전기 스위치의 위치 등 부착물 들에 대한 설정을 한다.

 

그 뒤에 각 방마다 어울리는 가구를 비롯한 내부 인테리어에 댛나 세세한 구상을 하는 일까지 하게 되면 기획은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게 된다. 기획자는 직접 그 집의 페인트 칠을 한다거나 가구를 들여놓는 일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집의 분위기에 맞는 내부 인테리어가 나오도록 총괄 지휘를 해야 한다. 여기까지 즉 집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틀을 짜고 난 뒤 차츰 그 집의 작고 세세한 부분으로 범위를 좁혀가면서 결국 그 집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일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자가 직접 시공을 한다거나 도배와 칠, 가구 앉히는 작업까지는 하지 않으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집의 설계도를 그리고 작업 스케쥴을 관리하는 것까지가 A의 기획자가 해야 될 일이다 .그러나 B의 의미에서 기획자라면 집을 짓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스케쥴을 정하는 것은 물론 집을 만들어 완성이 되면 잘 만들어진 집을 파는 일까지 담당하게 된다.

 

대개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게임개발 선진국들의 경우 게임 제작업무는 상당히 체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A의 작업을 하는 기획자들이 많다. 나아가 업무분담이 더욱 세분화된 경우에는 기획 파트 자체도 여럿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말하자면 집의 설계를 맡은 사람들끼리도 기둥만 전문적으로 세우는 일만 하는 기획자가 있는가 하면 내부설계만 하는 기획자가 있고 스타일링만 하는 기획자 등으로 나뉘는 등 훨씬 세분화 , 전문화 되어가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 개발사 들의 경우는 아직 대게 기획자가 집의 설계에서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집의 페인트 칠이 끝날 때까지 거의 모든 작업을 관할해야 하며 심지어는 홍보와 판매활동까지 맡는 등 일당백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일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전한 기획은 A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국내에서 게임 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면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비현실적인 글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코너에서는 A와 B 2가지 기획자의 경우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토록 하였다. 기획을 하기 위한 기획자의 자질은 과연 무엇일까? 기획자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와 달리 눈으로 보여줄만한 기술이나 포트폴리오 작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규채용시 기획 파트로 들어가기란 국내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LG게임스쿨 출신이면서 LG게임스쿨에서 점임강사로 활동하는 이찬경씨에 따르면 학원이나 게임 제작자 지망생을 상대했던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그래픽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보다 기획자를 지원하는 사람의 수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지원자들 가운데 약 반수가 중도에서 포기를 하고 그 반수가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로 전향을 하게 되며, 그 나머지가 대체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자신이 기획한 게임을 개발하게 되거나 게임업체에 입사해서 경험을 쌓아가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왜 순수한 기획자가 되기는 힘든 것일까? 그들만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있는 것일까? 인터뷰했던 개발사 기획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아래의 6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을수록 기획자가 되는 길은 가깝다고 한다.